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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8 인터뷰

나의 대학거부를 말하다 (1)

2022.07.14

한국에서 사회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여겨지는 대학교 졸업장. 대학을 진학하고 졸업해야만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는 사회규범을 거절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20대의 몇 년간을 꼭 대학에서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왈왈(활동명)은 정신장애인으로서, 성소수자로서, 대학을 가지 않은 사람으로서 꼿꼿이 살아간다. 그는 매일매일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새기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묵묵히 밟아온 길 위의 자신을 위로할 줄 아는 사람. 대학에 가지 않은 이후 펼쳐진 왈왈의 삶을 전한다.


대학교에 가기로 결정한 때부터 얘기해볼까요.
10년 전 일이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 생활하다가 종업식 날 “대학 안 가겠다”고 선생님과 가족에게 말했어요. 그때 즈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을 하면서 인생에 전환점이 생겼던 것 같아요.

저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고 느끼거든요. 사람들의 다른 점을 시험이란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시스템이 너무 싫었어요. 경쟁을 반대하고 싶었고, 선후배 문화가 공고한 대학 문화를 좋아하지 않기도 했고요. 그때 꿈이 작가였는데, ‘작가는 글만 잘 쓰면 되지, 학교를 왜 다니지.’ 그런 생각도 좀 있었고요. 선생님이 왜 대학을 안 가냐고 하시긴 했어요. 봉사활동 시간도 길었거든요. 좀 특별했던 건 제가 고등학교 때 제일 먼저 학교에 왔다는 거예요. 성실하게, 제일 먼저 학교에 와서 제일 늦게 갔어요.

주변에서 입시를 하는 동안 대학 거부자로서 힘들었던 뭔가요?
학교의 모든 시스템이 고3에서 대학 진학으로 다 맞춰져 있어요. 근데 전 할 게 없으니까 자주 그림 그리고 낙서하고 그랬어요. 물론 그 시스템을 매우 나쁘다고 보지는 않지만, 소외감을 느꼈죠. 대학에 가지 않는 사람을 위해 다른 시험이나 학원 등을 알아봐주는 과정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취업과 연계되는 프로그램도 없었고요.

"10년 후를 생각하면 10년 전의 저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 시절의 나를 만약에 만날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 때문에 그냥 안아주고 싶거든요. 그때 당시에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대학에 가지 않은 뒤에 왈왈 삶에 제일 영향을 미친 사건은요?
정신장애인이 되고,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경험이 가장 큰 것 같아요. 20대 초반에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불쾌감)가 심하게 왔었어요. 남자, 여자로 구분되는 직업이나 일들을 전혀 못 하겠는 거예요. 그래서 성별과 무관한 직업을 찾으려고 했는데, 고졸이 그런 직업을 찾기 어렵죠. 이후에 디스포리아가 사라지니까 정신이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

이후에 병원을 못 가고 방황하는 기간이 길어지기도 했어요. 성소수자이면서 대학에 안 갔고, 정신장애를 갖고 있다 보니 취업이 더 어렵겠다 싶었죠. 정신장애인들은 빈곤율이 높고 기초수급자도 많거든요. 그래서 이들 중엔 자기 자신을 속여서 건강한 척하고 입사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제 20대가 끝나가니까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는데, 사실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 현실이 다 내 탓 같지 않은 느낌인 거죠.

일상생활 중에 제일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교회 갈 때, 예배드릴 때요.

사전 인터뷰에서도 교회가 중요한 공간이라고 말씀하셨죠. 교회는 퀴어들에게 대체로 안전하지 않은 공간으로 인식되는데, 기독교에 애착을 가지게 계기가 궁금합니다.
모태신앙이지만 어릴 때부터 애착을 가진 건 아니었어요. 전 대학에 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몸담았던 단체에 적응을 못 할 때도 있었거든요. 그때 기독교에 빠졌어요. 전도사와 목사, 신학생들과 많이 친해졌죠. 교회에 내가 성소수자인 걸 숨기더라도, 주님이 절 사랑하신다는 걸 느꼈어요. 청소년 시기 왕따와 괴롭힘을 당했고, 친구가 손꼽다 보니 많이 외로웠거든요. 기독교의 환대 문화가 굉장히 좋았어요. 교회에서 조금씩 친구를 만들었어요. 지역으로 갈수록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교회가 적다는 게 안타까워요.

이 글은 '나의 대학거부를 말하다 (2)'에서 이어집니다.


글. 황소연
사진제공. 왈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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