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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8 에세이

누워서 세계 속으로 떠나는 유튜브 채널 4

2022.12.13


'이 글은 《빅이슈》 288호에 실려 있습니다.'

'마침내 도래한 다시 떠날 수 있는 시절, 하지만 너무 많은 개인 사정으로 남들 떠나는 모습만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라면 일단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고 유튜브를 켜보자. 치킨과 마라탕을 먹으며 즐기는 방구석 랜선 여행은 기대 이상의 힐링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업무도, 운동도, 집들이도 무엇이든 랜선으로 하는 시대, 여행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랜선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어떤 제약도 없다는 점이 아닐까? 눈치 보이는 휴가 일정, 할부의 할부를 고민해야 하는 체류 비용, 안심이 안 되는 현지 치안, 어떠한 요소도 고려할 필요 없이 전 세계 구석구석을 마음껏 들여다보며 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팬데믹은 여행 유튜버들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당장 떠날 수 없는 물리적 여건으로 인해 개점 휴업 상태에 놓인 경우도 많았지만, 동시에 여행에 대해 해소되지 못한 욕구가 절정을 이루던 시기였기에 여행 콘텐츠를 찾는 수요는 그만큼 늘어난 면도 있기 때문이다.
떠나기보다 머물러야 했던 지난 3년간, 랜선 여행으로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주었던 여행 유튜버들. 각자의 방식으로 지구를 누비는 이들 중 이 구역 전통의 강호들을 소개한다.

01 여행 유튜브계의 양대 산맥, 빠니보틀과 곽튜브
요즘 가장 핫한 여행 유튜버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빠니보틀과 곽튜브를 언급할 것이다. 각각 100만 구독자를 훌쩍 넘긴 이들은 이제 개인 채널을 넘어 온갖 유튜브 콘텐츠의 게스트로 나서는 것은 물론, 공중파 예능으로까지 진출하며 유명세를 높이고 있다.
유명 관광지나 랜드마크보다는 현지인도 찾기 힘든 오지나 쉽게 접근하기 힘든 액티비티를 선호하는 것이 빠니보틀의 여행 스타일. 곽튜브와의 첫 만남도 어찌 보면 이러한 취향 덕분이었다. 아제르바이잔 석유 목욕을 체험하기 위해 당시 대사관에서 일하고 있던 곽튜브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 지금까지 인연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빠니보틀과의 우연한 만남 덕에 본격적으로 전업 유튜버가 된 곽튜브. 하지만 여행 유튜버가 되기로 결심하자마자 찾아온 팬데믹 상황으로 한동안 국내 여행만을 선보이다가 러시아어 주특기를 살려 구소련 국가들을 여행하며 소위 ‘떡상’을 하게 되었다.
자칭(타칭) 자신들을 ‘찐따’라고 정의하는 빠니보틀과 곽튜브. 어느덧 영혼의 단짝이 된 이 둘이 함께 스페인이나 방콕을 여행하며 내뿜는 노부부 케미는 믿고 보는 재미를 선사하니 한 번쯤 볼 것을 추천. 과도하게 텐션을 높이지 않으면서 보기 불편한 자극적인 장면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콘텐츠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러한 여행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실제 두 사람과 친하기도 하고 비슷한 성향으로 세계 여행 콘텐츠를 선보이는 여행가 제이, 채코제와 같은 채널도 추천한다.


02 슴슴하지만 자꾸 보고 싶은, 원지의 하루
최근, 김태호 PD가 설립한 콘텐츠 제작사 ‘TEO(테오)’에서는 현실판 부루마블 게임을 진행한다고 알렸는데, 빠니보틀, 곽튜브와 함께 출연을 결정지은 것이 바로 원지의하루이다. 상당히 특이한 말투의 소유자로 처음 그녀의 영상을 접했을 때는 억지로 아기처럼 말하는 건가 하는 의심을 하기도 했는데, 보면 볼수록 그 어색한 말투야말로 원지의하루를 찾아보게 하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되어버린다.
전 세계를 혼자 여행하며 가끔 한 달 살기를 선보이는 그녀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다기보다는 꾸준하고 탄탄하게 팬층을 다져가는 편. 올해는 미국 영주권 획득 소식을 알리며 LA로 이사하는 콘텐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추천하는 콘텐츠는 우간다, 에디오피아,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의 국가들을 여행하는 에피소드들. 그간 흔히 보아오던 대자연을 지닌 대륙 아프리카가 아닌, 그 안에서 경험하는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 놓여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성격인 데다가 본인 피셜로 어느 국가에서도 물갈이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뛰어난 적응력으로 물 흐르듯 쉬엄쉬엄 여행을 즐기는 스타일. 원지의하루를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맛있는 고~” “마자 안마자” “하십쇼쇼쇼” 같은 그녀의 말버릇을 따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03 여행의 바이블, <세계테마기행><걸어서 세계속으로>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 했던가, 아무리 많은 여행 프로그램이 생기고, 주목받는 여행 유튜버가 등장한다 해도 국내 모든 여행 콘텐츠의 근본은 KBS의 <걸어서 세계속으로>와 EBS의 <세계테마기행> 아닐까?
본래 공중파에서 볼 수 있던 콘텐츠이지만 유튜브의 채널과 채널에 그간 방송되었던 콘텐츠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웬만한 국가와 관련한 여행기는 모두 구비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여행 콘텐츠계의 백과사전, 혹은 나무위키 같은 존재.
게다가 요즘은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하는 유튜브 콘텐츠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여행 유튜버들이 스마트폰이나 액션캠 정도의 장비를 이용하는 것과 달리, 화질 높은 카메라나 드론 등 공중파의 좋은 장비를 이용한 시원시원한 화면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개인적으로 <걸어서 세계속으로>의 경우는 익숙한 성우의 음성으로 세계 곳곳을 소개하는 내레이션이 꽤 듣기 편해서, 일하거나 공부할 때, ASMR처럼 틀어놓기도 하는 채널.


04 어쩐지 공감이 되는 투덜거림, Joe튜브
본인은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이상하게 여행을 가야만 재밌는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유튜버.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음을 늘상 강조하며 ‘노 머니, 노 허니(No Money, No Honey)’를 줄곧 외친다.
여행지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그때그때 구글 지도를 열어 가장 눈에 띄는 주변 관광지를 찾아가는 스타일. 오랜 시간 주 7일 노동자로 생활했기에 홈그라운드라 할 수 있는 호주 편이나, 태국 친구 안과 떠나는 태국 시골 여행기는 Joe튜브의 세계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것은 절친한 친구 죠니와 함께 한 인도 여행 편이다.
본래 인도, 이집트와 같은 국가는 열악한 도시 인프라와 끈질긴 호객 행위 등으로 끊임없이 트러블이 발생하는 탓에 여행 유튜브들이 꼭 거치곤 하는 일종의 콘텐츠 성지와 같은 곳. 그래서 유튜브 세계에는 인도 여행을 담은 콘텐츠가 범람하는데,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여행자 Joe튜브가 경험한 인도의 모습은 그중 최고의 재미라 할만하다. 평소 주변의 말만 듣고 인도 여행을 ‘극혐’하던 그가 직접 경험한 날것의 인도, 카오스 그 자체의 상황들은 그 어떤 대본으로도 만들 수 없는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글.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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