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없고 콘텐츠는 너무 많다! 매번 어떤 콘텐츠를 볼까 고민만 하다 시작조차 못 하는 이들을 위해 일단 시작하면 손에서 놓지 못하는 웹소설을 소개한다. 키워드가 취향에 맞는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화’만 읽어보자.

ⓒ <극지방에 버려진 흑막을 주웠다> 포스터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소설 속 ‘최애캐’의 운명을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운명을 바꿀 주인공은 건초 가게를 운영하는 메이 일가의 둘째 딸 브로디 메이. 시계토끼 수인인 그녀는 모든 신화와 전설의 발원지로 불리는 극지의 대륙, 아스가르의 깊은 산골에 살고 있다. 그녀는 최근 진정한 성인임을 알리는 발정기를 맞이한 참이다. 토끼의 들끓는 번식욕을 억제하기 위해 발정기를 맞은 토끼라면 누구나 혹독한 순례길에 올라야 했고, 브로디도 당연한 수순으로 수행 길에 오른다. 하지만 그녀가 향한 곳은 순례길 방향이 아닌 흰 돌 평야. 그리고 그녀의 진짜 정체는 소설 <푸른 늑대>를 읽다 흑막을 돕는 역할인 시계토끼에 빙의한 독자다. 그녀는 5년 전부터 오늘만을 기다려왔다. 평야에 버려진 자신의 최애캐를 만날 날을! 소설의 여주인공 젤다를 사랑한 늑대. 아우이자 남주인공인 아벨이 자신을 꺾고 리더가 된 걸로 모자라 젤다와 약혼까지 하자 분노로 날뛰다 최남단의 크노헨 대륙에서 바다 건너 극지방으로 추방당한 카일 로덴 말이다. 그길로 평야를 찾은 브로디는 예상대로 그곳에서 죽어가던 카일을 만났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다. 여기까지는 자신이 알던 소설 내용대로지만, 지금부터는 달라야 한다고. 순순히 길잡이 역할이 되어 카일을 고향으로 안내한다면 그는 아우의 손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테다. 한때 그를 연민하던 독자로서 그렇게 둘 순 없다.
하지만 이런 브로디의 속내를 알 리 없는 카일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뿐이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설원에서 돌아가는 길을 아는 건 저 토끼뿐이다. 늑대의 모습으로 변해 길을 안내하라며 협박도 해보고 돌아가지 못할 바에 여기서 굶어 죽겠다며 식음을 전폐해보지만 통하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결말을 아는 브로디의 머릿속은 바쁘다. 저러다간 여기서 죽음을 맞이할 게 뻔하니 고향으로 길을 안내해야 하는데, 돌아간다 해도 결국 젤다에게 버려져 죽게 된다. 즉 그가 살 방법은 젤다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는 것뿐이니, 젤다 외의 이성에 눈을 뜨게 만들면 될 일인데… 귀여운 나라면 늑대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도? 이상한 결론에 다다른 브로디는 고향에 데려다주는 대신 조건이 있다며 카일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상식을 벗어난 제안이 궁금하다면 5화까지는 지켜보시라. 카일이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본격적인 여행기가 시작되는데, 고전 판타지 풍의 세계관이 구체적인 데다 아이슬란드가 연상되는 낭만적인 묘사가 더해져 마치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사랑을 받아본 적 없고, 표현하는 법도 모르는 카일의 철벽을 허물어버리는 브로디의 깜찍한 언행은 독자의 마음까지 녹인다. 눈으로 뒤덮인 설국에서마저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작은 생명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장르: 로맨스판타지
회차: 121화(2023년 10월 5일 기준, 미완결)
플랫폼: 리디북스
키워드: #모험물 #로맨틱코미디 #계약연애 #수인물 #철벽남 #직진녀
글. 김윤지│이미지제공. 리디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