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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2 에세이

어쩔탱고 - 술장사에는 허락이 필요합니다

2024.07.09

글. 최서윤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아마도…)

지난 화는 Y라는 인물이 홍대의 월세 비싼 공간을 덜컥 계약해버리고, 계약 성공에 일조한 C가 그 죗값(?)으로 Y의 공간 운영을 돕게 된 과정을 그린 이야기였다. 이번 화에서는 Y의 개업을 앞두고 좀 더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난관이 펼쳐질 예정이다. 자영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독자, 특히 음식 및 주류 판매를 계획하고 있는 독자에게 유용한 내용일 것이다. 그럴 계획 없다고? 그래도 읽어두는 게 좋겠다. 사람 일이란 게 참,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까. 특히나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더더욱.

음식점 하고 싶다고요? 허락은 받으셨나요?

먼저 Y가 구상한 사업 모델에 대한 이해부터 하고 넘어가자. Y는 금요일과 주말에 직접 춤과 술이 흐르는 공간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런 용도로의 공간 사용을 위해서는 ‘음식점업’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하다. 그 외 다른 요일에는 댄스 연습실 및 세미나실의 용도로 공간을 대여해주고자 했다. 그러니까 Y에게는 사업자등록증이 두 장 필요한 셈이다. 한 장은 ‘음식점업’을 위한 것, 다른 한 장은 공간 대여 서비스를 위한 것.

다른 경우는 발급이 비교적 까다롭지 않지만 ‘음식점업’의 경우는 여러 절차가 있고 그 수행이 제법 번거로운 편이다. 먼저 식품위생법에 따라 영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 무턱대고 음식점을 열면 안 된다. 그랬다간 “누구 허락받고 장사하고 있어?”라며, 구청 위생과에서 찾아와 혼쭐을 낼 수 있다.)

영업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는 이렇다. 우선 영업신고서를 구청에 가서 작성해야 한다. 신고서 내용에는 건물의 용도 및 정화조 용량 등이 포함되어 있다. 임대차계약 시 꼼꼼히 살펴보는 게 좋을 내용이지만, 계약 당시 ‘위반건축물’도 놓쳤던 Y가 그 부분은 꼼꼼히 살펴봤겠는가? 어림도 없지. 정화조 용량 관련해 문제가 발생한 건 가히 필연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이 문제는 비교적 수월히 넘어갔다. 정화조 청소를 지금보다 더 자주 하겠다는 서약서에 건물주의 사인을 받아 제출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이를 공인중개사가 도왔다. (계약 후 Y가 무사히 개업을 할 수 있는 건물의 상황을 만드는 것까지가 그의 몫인 듯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 밖에도 Y가 획득해야 할 서류는 많았다. 한국외식업중앙회에서 주관하는 위생교육 집합교육 수료 뒤의 증서, 건강진단결과서(보건증), 소화기 등 소방방화시설 완비 증명서 등등. 그렇지만 이것들은 몸만 움직이면 해결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그 때문에 다른 사람과 말을 섞어 협상과 설득을 해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마음고생하는 일이었다. 바로 위반건축물과 관계되어 Y에게 펼쳐질 그런 일들.

Y 배반한 건축물

한 공간에 두 개의 사업자등록증을 받고자 하는 Y의 경우 음식점을 위해 따로 출입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했고, 그곳이 소방법을 위반하지 않아야 했다. 다행히 Y가 계약한 공간에 출입구는 두 개. 그중 한곳의 진로를 건물에 ‘위반건축물’ 딱지가 붙게 만든, 1층 음식점 창고가 방해하는 게 문제였을 뿐.

그 ‘창고’는 원래 그렇게 사용하면 안 되는 공간이었다. 그러면 안 되는 공간을 1층 음식점이 임의로 창고를 지어 사용했고, 그랬기에 위반건축물이 된 것인데, 그냥 벌금 내고 해당 공간을 사용하는 편이 합법적인 공간을 월세 내며 이용하는 것보다 싸게 먹히니까 그러고 있었다. 건물주는 딱히 자기가 피해 보는 일 없다고 여겼기에 눈감아주고 있었고.

뭐, 건물주는 피해를 보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Y는 보게 생겼네? 그 때문에 Y의 음식점업 허가에 차질이 생겼으니 말이다. 위반건축물 딱지가 사라져야 Y의 공간에 허가가 떨어질 것이었다. 또다시 공인중개사가 나섰다. 하긴, Y가 무사히 개업할 수 있는 매물을 계약하게끔 한 게 아니라면 상가임대차계약 전문 시장에서의 그의 평판이 하락할 일이었다. 이유야 어찌 됐건 Y는 고마움을 느꼈다.

공인중개사가 1층 임차인과 Y 사이를 조율하며 (상당히 많은 대화가 오고 갔고 이 과정에서 Y 역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도출한 방안은, 영업허가가 날 때까지 임시로 ‘창고’를 철거하고 거기 있던 물품들을 건물 지하에 위치한 Y의 공간에 두는 것이었다. 허가가 난 뒤에는 원상 복구를 약속했고, 철거비 및 복구비는 공인중개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Y 역시 부담한 부분이 있었다. 1층 물건들이 어지러이 놓이면서 댄스홀 탄성마루가 훼손됐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손해는, ‘창고’의 물건들이 굉장히 많았기에 Y의 공간 상당 부분을 1층 음식점 물건들이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1층 사람들 또한 시시때때로

Y의 공간을 드나들었다. 이 말은 즉, Y의 인테리어 공사 일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공간 계약 당시 Y가 예상하지 못했던 지연이었다. 그렇게 3주가 지연됐다.

물론 3주 동안 Y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인테리어 레퍼런스 이미지를 수집하고, 여러 기획 영역의 일을 수행했다. 그중 운영그룹 인원을 구성하고 그들과(물론 C도 포함됐다) 가게 운영과 홍보 방식의 아이디어를 나누는 일은 꽤 재밌었다. 가게 콘셉트 및 작명 회의도 즐거웠다.

회의 결과 ‘씨바(SEA+BAR)’라는 가게 이름이 도출됐다. 여러 춤을 다 추는 공간이라는 콘셉트에서 도출된 슬로건 ‘취향의 바다’, 그곳에서 술을 파는 ‘Bar’라는 뜻이었다. 가게 이름에는 C의 입김이 상당히 강하게 불었다. 훗날 C는 이렇게 말했다. “약간 장난치고 싶은 마음도 있긴 했지…. 근데 결과적으로 잘 짓지 않았어? 가게 이름 말할 때 기분 좀 좋아지지 않아? 왜, 욕이나 된소리 발음할 때 속 시원해지잖아. 다 같이 외쳐보자!”

“가게 운영이 장난이야?” C의 말을 듣고 있던 Y가 C의 멱살을 잡았다. 원래 Y의 성격은 이렇지 않았다. 온화한 성품에, 답답할 정도로 감정 표출을 억누르는 편이었다. C와 가까이 지내며 C에게 영향받은 부분도 있겠지만, 3주간의 영업 지연으로 속이 타들어간 요인 역시 영향을 끼쳤을 터였다. 영업을 할 수 있는 물리적인 여건은 마련하지 못했는데, 월세를 낼 날은 착실히 다가오고 있었다.

Y로부터 상황에 대해 익히 들어온 C는 분통을 터뜨렸다. “건물주는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 거야? 안다면 임대료를 좀 덜 받아야 하는 것 아냐?” Y는 C에게 말했다. “그러면 네가 건물주에게 전화해보든가.”

(to be continued…)


최서윤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게임 <수저게임>, 영화 <망치>를 만들었다. 저서로 <불만의 품격>, <미운청년새끼>(공저) 등이 있다. 인스타그램 @monthl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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