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 서투르거나 어색한 데가 없이 능숙하고 미끈하게 갈고닦음을 의미한다. ‘세련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그것은 어딘가 잘 만들어진 동시에 매력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세련된 이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씩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소개할 세 팀은 다음과 같다.
글. 박현영|사진제공. 포크라노스
〈오늘 가라앉은 섬〉 까데호
여름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무수히 많다. 신나는 여름방학. 아스팔트 도로 위에 뜨겁게 일렁이는 아지랑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모래알. 출렁거리는 짭짤한 파도와 그 위를 자유자재로 미끄러지는 서핑 보드. 이 모든 단어가 어울리는 밴드를 골라야 한다면 우리의 머릿속엔 언제나 까데호가 떠오른다. 즉흥과 잘 짜인 구성 사이를 오가는 연주력을 자랑하는 밴드 까데호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우리 가슴속에 존재하는 감각을 리듬으로 풀어내 마음을 들썩이게끔 만든다. 까데호가 여름을 시작하는 7월에 공개한 더블 싱글 〈오늘 가라앉은 섬〉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라앉은 섬’에서 침잠하는 듯한 감각을 닮은 차분한 연주로 우리의 에너지를 축적해둔다면, ‘오늘’에서의 둠칫거리는 디스코 리듬은 순간을 온전히 즐기며 손과 발이 이곳저곳을 유영하도록 이끈다. 생각이 너무 깊어져 마음이 무거울 때, 꿉꿉한 여름의 무더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을 때는 까데호의 〈오늘 가라앉은 섬〉이 구세주가 되어줄 것이다.
〈열야양성 (熱夜陽星)〉 CHS
이상 현상으로 여겨질 만큼 정도를 모르고 뜨거워지는 여름이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이 계절을 추종하는 인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여름은 라이프 스타일 그 자체니까. 그런 점에서 CHS는 ‘여름 좋아 인간’이라면 무릇 사랑할 수밖에 없다. 여름을 단순한 시간적 계절이 아닌, 하나의 삶을 대하는 ‘방식’으로 노래하는 밴드라니, 참으로 근사하다. 여름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8월, CHS가 ‘뜨거운 여름밤에 태양이 뜬다’는 의미를 지닌 미니앨범 〈열야양성 (熱夜陽星)〉으로 돌아왔다. 정글이나 바다가 아닌, 도시의 밤을 배경으로 한층 뜨거워진 지금 시대를 노래하는 이번 앨범은 삭막한 열기가 가시지 않고 높이 뻗은 도시의 밤을, 때론 시원한 연주로, 때론 포근하고 따스한 자장가처럼 달래준다.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의 출퇴근길에는 CHS의 미니앨범 〈열야양성 (熱夜陽星)〉을 들어보자. 열대과일처럼 진하고 달콤한 맛으로 적적한 일상을 달래줄 테니까.
〈Vegetable〉 Wav Table
여름은 활동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계절인 만큼, 에너지 총량을 살피고 충전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충분한 에너지를 얻는 방법으로는 직접 수분을 섭취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든든한 영양소 같은 음악을 감상하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스타일을 과감하게 선보인 3인조 알앤비 그룹 웨이브 테이블(Wav Table)의 첫 데뷔작 〈Vegetable〉은 그런 점에서 꽤 의미 있다. 90년대 알앤비와 발라드 장르를 싱그러운 분위기로 조화롭게 펼쳐낸 〈Vegetable〉은, 사랑을 둘러싼 섬세한 감정을 애절한 노랫말로 표현하면서도, ‘채소’처럼 산뜻한 바이브를 생기 있게 뿜어내기도 한다. 푸릇푸릇했던 순간 담백하면서도 진솔한 마음가짐으로 노래하는 순수한 모습이 이들의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푹푹 찌는 더위에 괜스레 무기력해지는 여름밤, 감미롭고 애절한 에너지를 차분하고 청량하게 불어넣는 〈Vegetable〉을 들으며 영양가 넘치는 음악을 선보일 팀, 웨이브 테이블의 앞으로를 기대해본다.
박현영 by 포크라노스
포크라노스는 현재 가장 새롭고 신선한 음악들을 소개하며, 멋진 음악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큐레이터이자 크리에이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