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제공. 배민영
얼마 전 608갤러리는 태국 리버시티 방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만욱, 박현웅, 유재연 작가의 3인전을 11월 7일로 확정하고 숙박 협찬사로 Minor Hotel Group과의 인연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에 묵게 된 Avani+ Riverside Bangkok Hotel은 차오프라야강을 바라보며 휴식과 고급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5성급 호텔로, 작가들과 갤러리 임직원들은 좀 더 편안하고 안전한 체류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이야기부터 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해외 전시가 늘 요원한 꿈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자 함이다. 아무래도 해외 전시는 돈도 많이 들고,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꽤 많은 이들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문화 산업은 한류를 넘어 진정한 세계화를 도모하고 있고, 여기에 순수예술 영역이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인 음악가들이 해외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손흥민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속 팀이 한국에 와 친선경기를 하고 예능 방송에 출연하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미술계에서도 예전부터 서도호, 이불, 양혜규 등 걸출한 몇몇 작가들이 해외 유명 갤러리와 계약을 맺고 활동하며 국내 미술관과 갤러리에서도 전시를 열어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예술학도들이 영국, 독일, 미국, 프랑스 등에서 유학을 하고 활동하고 있음에도 이따금 들려오는 소식 중에는 사기에 가까운 초빙이나 현지에서 기본적인 업무 협조나 홍보 등에서 사실상의 인종차별을 하는 사례들도 왕왕 있었다.
사실 협찬이라는 것이 별생각 없이 퍼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요청하는 작가에 대해서 검증도 하고 무엇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소통도 긴밀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장의 어떤 보상을 넘어서는 비전과 상호 홍보라는 측면에서 진심이 통하고, 작은 사례들이 쌓여 실재성을 띠는 이벤트가 되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이해를 가진 브랜드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 역시 평론가이자 기획자로서 그러한 노력을 함께해나가고 있기에, 이번 방콕 전시를 준비하며 배우고 느끼는 바가 크다.
물론 아직 뿌듯함을 느끼기에는 발을 디디는 단계이다. 미술 시장의 침체 속에서 해외에서 얼마나 통할지 도전하는 성격도 없지 않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우리 문화예술의 가능성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넘어 혼종으로 빚어낸 형상들을 제공하며, 더 넓은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몇 년간 미뤄온 뉴욕 진출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는 작가, 전시와 학업을 위해 유럽으로 떠난 작가, 홍콩을 오가는 기획자 등 필자 주변만 해도 엔데믹 이후 다시 해외 활동이 많아지고 있으며 이들과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자연스럽게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예술가에게 경험과 영감을 늘려가는 일이란
4년 전 《빅이슈코리아》에 1년간 예술 관련 칼럼을 썼고, 다시 작년 3월부터 ‘슬기로운 문화생활’이라는 코너명으로 1년 반 기고를 해온 인연을 뒤로하고 이번이 마지막 글이 되는 시점에서, 새삼 떠나는 것과 새롭게 도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간 협업하며 소개해온 작가들이 더 많이 활동하고, 특히 해외에서 전해오는 소식도 들으며 필자가 17년 전 처음 뉴욕에서 해외통신원 자격으로 잡지에 글을 기고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이 라인 파크(The High Line)를 착공 단계에서 잡지 기사로는 처음 보도했고, MoMA에서 댄 퍼잡스키(Dan Perjovschi) 전시를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헬베티카 서체 75주년 전시를 보며 디자인의 예술적 유산 가치를 생각했고 기획자로서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귀국해서는 문래예술창작촌의 군소 갤러리들과 작업실에서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와 같은 롤모델을 꿈꾸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났다. 이후 다시 뉴욕으로 가 레지던시 운영 방식을 취재하고, 아트바젤 홍콩, 싱가포르 아트위크, 어포더블 아트페어에 프레스로 참석하거나 사무실에 들러 관계자들을 만났다. 당시 어떤 활동들은 빡빡한 일정과 날씨 등으로 너무나 힘들었고, 이런 것들이 도움이 될까 싶기도 했지만, 이후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유학을 한 적은 없지만 간헐적으로라도 단순한 여행이 아닌 일을 껴서 해외 경험을 했던 것이 작가 미팅이나 기획에 있어 ‘신의 한 수’가 되었던 기억들이 꽤 있다.
따라서 예술계에 종사하고 있거나, 관심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해외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을 지원받을 수 있을지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어떤 영감을 얻어올 수 있을지와, 더 나아가 나를 그쪽 사람들에게 어떻게 각인시키고 올지까지 전략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여행 유튜브들보다 더 많이 해외 활동으로 주목받고, 좋은 전시에도 참여하고, 상도 타서 기쁜 소식들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빅이슈코리아》 지면에서 그들의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더더욱!
배민영
아트 저널리스트이자 누벨바그 아트에이전시 대표. 기획과 평론을 한다.